신간도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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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깨비란 내게 무엇인가? 어린 시절 내가 알고 있던 도깨비는 온몸에 털이 북슬북슬 나 있고, 밤이면 모닥불에 둘러앉아 술을 마시며, 놀기 좋아하고 방망이를 휘두르면 ‘금 나와라 뚝딱, 은 나와라 뚝딱’이 되는 능력자이지만, 뭔가 어리버리해 애들 꾀에도 쉽게 넘어 갈 정도로 어리숙하고 겁도 많아 조금만 놀라면 도망도 잘 가고, 실수도 많이 하는… 무섭기는 하지만 친근하기도 한 아주 인간적인 그 무엇이었던 것 같다. 어른이 되며 난 알았다. 도깨비란 바로 우리가 살아 온 시대… 그 어렵던 시절에 양손에 어린 자식들의 손을 붙잡고 등엔 무거운 짐을 지고도 꿋꿋이 모진 풍파를 뚫고 헤쳐나온 우리의 슈퍼맨… 그때 내 손을 따뜻이 잡아 주었던… 내 아버지의 화신이라는 것을…그의 방망이 속엔 숱한 삶의 역경과 고뇌와 눈물이 녹아 있다는 것을. 그리고 이제 뒤돌아보니 나도 내 자식에게 도깨비가 되어 있었다. |